쇼쿡쿡가(歌)

똥침 : 2010/02/02 10:52
지름신이 강림했네
내 발길을 이끄시네
내 손에 쥐어진 건
미쿡산 아이폰이라네

너도나도 스마트폰
지르려무나 충동질
옳다쿠나 가자꾸나
통신공룡 KT라네

구조조정 덜 끝났나
즉시개통 안 됐다네
사람 자르면 뭘 하겠나
전산망이 엉망인걸

쇼홈페이지 뒤져보네
가입절차 힘들더군
엑티브엑스 또 깔라네
올레커녕 짜증 쿡쿡

새 아침이 밝았다네
서비스센터 전화 안 받네
쇼를 하면 뭐하겠나
아이폰이 슬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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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일 오후 5시 - 아이폰 구입 (대리점에서 전산입력이 밀려 두 시간 안에 개통해주겠노라 이야기함)
2월 1일 오후 8시 - 금일 개통 힘들다는 대리점 직원의 통보
2월 2일 오전 10시50분 - 아직 미개통 상태

언제 개통되나?
고객이 전산망 사정까지 헤아려줘야 하나?
이통사 정해두고 단말기 결정하던 시기가 아니고 단말기 보고 이통사 결정하는 시기가 도래했다는 건 이통사야 언제든지 갈아탈 수 있단 이야기인데... 요금제로 묶어두는 건 한시적이란 사실을 인지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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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오랜만에 고향 이야기를 꺼낸 김에 제주도 관련 이야기를 하나 더 올린다.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제주도 해수욕장은 금능해수욕장이다. 관광객이나 외지인들에게 잘 알려진 한림공원, 그 앞에 금능해수욕장이 있다. 소나무 숲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위치한 협재해수욕장에 비해 오붓함이 느껴지는 작은 해수욕장이 금능해수욕장이다.

금능해수욕장을 최고의 해수욕장으로 꼽는 이유로는, 고즈넉함이 그 첫째요, 어린이 친화형 해수욕장이란 게 둘째 이유다. 한 마디로, 어린 자녀를 둔 가족 맞춤형 해수욕장이 금능해수욕장이다. 그리 깊지 않은 물 깊이와 얕은 파도는 어린 자녀에게 안성맞춤이다. 금능해수욕장 코 앞에 위치한 섬, 비양도가 높은 파도를 막아준다.


2002년 처음 가본 비양도


비양도는 고려 목종 5년인 1002년 6월에 화산활동으로 생긴 섬이다. 우리나라 화산섬 중 유일하게 역사서에 그 생성 기록을 남기고 있는 섬이 비양도다. 섬 생성 1000년째이던 지난 2002년 6월, 난 군대를 막 제대한 복학 준비생이었다. 그때 우연히 1000년 기념행사에 우연히 참가하며 난 생전 처음 비양도를 밟아볼 수 있었다.

섬 속의 섬, 비양도는 한림항에서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섬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줄기차게 금능해수욕장을 이용해온 내가 처음 밟아본 비양도. 관광객들을 따라 나도 비양도 한 바퀴를 돌았다. 속보에 익숙한 내 발걸음으로 비양도 한 바퀴는 30분이면 충분한 거리였다.


비양분교


그날 섬에는 비가 내렸다. 그래서 내게 비양도는 늘 낮게 깔린 검은 구름 아래 섬이다. 해수욕장에서 바라보던 막연한 풍경의 섬이 아닌 바다와의 사투가 벌어지던 삶의 현장으로서의 구체적인 섬, 그 현장에서 난 내 복학시점과 미래에 대해 고민했다.

대학 졸업을 한 학기 앞둔 시점이던 2005년 1월, 텔레비전 브라운관을 통해 난 다시 비양도를 만날 수 있었다. 고현정의 컴백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 SBS드라마 '봄날'의 극 초기 배경이 바로 비양도였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한 사람을 지워야 했던 시기여서 개인적으론 그 겨울이 몹시 추웠다. 브라운관에 비친 익숙한 돌담길이 향수병을 불러 일으켰다. 그땐 드라마 속 은섭(조인성 분)처럼 내 눈에도 눈물이 많았다.
 

비양도 관광케이블카 조감도(출처: 제주의소리)



낮게 깔린 검은 구름 아래 섬 비양도, 그 섬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나선 사업자가 있다(관련기사) .사업 명칭 앞에는 '국내 최초', '아시아 최대'란 수식어가 훈장처럼 붙어 있다. '일자리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도 단골처럼 얼굴을 내민다.

환경단체가 들고 일어섰다. 지역주민들도 본 사업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듯하다. 사업자 측은 "환경과 성장 모두 가능"한 사업이라며 해상 케이블카 설치 의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제주올래 이사장 서명숙 씨는 "한반도 막둥이섬 쇠기둥을 세우다니!!"라며 분개했다. 작가 조정래 씨도 "아시아 최대의 자연파괴"라며 사업 반대 의사를 밝혔다. 노을바다님, 알콜릭님, 님도 비양도 관광케이블카 설치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섬 속의 섬, 비양도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오아시스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듯, 섬이 아름다운 건 두 다리로만 닿을 수 없는 여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쉽게 쥘 수 없고 닿을 수 없는 것이 사랑이라면, 섬은 사랑의 존재태이다. 시간과 공간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 추억이란 직조물을 만든다. 케이블카를 타고 바다 위를 오가는 경험은 강렬한 추억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떨림이 없는, 소금기가 제거된 인공의 추억일 뿐이다.


SBS드라마 '봄날' (출처 : NeTV)


말을 잃은 여자 정은(고현정 분). 그녀를 보살핀 남자 은호(지진희 분). 섬을 떠나는 그를 향해 그녀의 닿을 수 없는 사랑이 말문을 튼다.


"가지마, 가지마 이 자식아!"

선착장 위의 그녀와 섬을 떠나는 배 위의 그. 드라마 '봄날', 두 사람의 클로즈업 장면이 교차하며 비극적 사랑 이야기가 시작된다.

비양도 관광케이블카 사업, 난 정은의 극중 대사를 빌어 외쳐본다.

"하지마, 하지마 이 자식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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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서귀포항이 내려다보이는 솔동산 아래가 내 고향이다. 할아버지댁, 어린 난 그곳에서 서귀포항을 둘러싼 새섬과 문섬, 범섬을 내려다보며 자랐다. 천지연폭포 매표소로 넘어가는 칠십리교 아래에서 수영을 배우고 서귀항 갯벌에서 게와 바다고둥을 잡으며 논 게 내 유년의 기억이다.

썰물이 빠질 때, 서귀항 서방파제 끝에는 새섬으로 향하는 작은 길이 열린다. 사촌누나와 난 톰 소여나 말괄량이 삐삐 마냥 새섬으로 모험을 나섰다. 새섬 위는 거친 바위 사이에 증발하다 만 바닷물과 반 건조된 해양식물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는 곳이었다. 인적 없는 무인도에서 무섬증이 일었다. 밀물이면 고립될 수도 있다는, 그런 무섬증 말이다. 그 즉시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사촌누나와 난 온 길을 되돌아갔다.

출처: 제주의소리

새섬으로 넘어가는 다리가 개통된다. 서귀포 관광미항 사업의 일환인 새섬연결보도교(새연교)가 28일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뉴스에 따르면 국내 최초로 외줄케이블을 형식을 도입한 편측 사장교란다. 기술적인 부분은 넘어가도록 하자. 전공자나 업자도 아닌 이상 '국내 최초'란 수식어는 내겐 무의미하다. 단, 그 외관에 대해서 만큼은 한 소리 늘어놔야 할 듯하다.

난 지난 설 연휴 때 처음 새연교 건설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새연교 건설현장 위로 겹쳐지는 그림은 바로 두바이가 자랑하는 7성급 호텔 '버즈 알 아랍'.



관련 뉴스를 검색해 보니,  새연교는 디자인 공모를 거쳐 제주 전통 고기잡이 배인 '태우'를 형상화한 작품이란다. 글쎄, 내 눈엔 딱 '버즈 알 아랍'이지 태우가 떠오르진 않는다. 

서귀항의 새로운 상징으로서 '랜드마크'가 될 다리인 새연교. 쉽사리 오를 수 없던 새섬 산책로와 연결될 다리는 좋지만, 그 디자인이 지역성을 표상하진 않는 것 같다. 공모 심사 과정이 의심스러울 뿐.

아래 사진이 제주 전통 고기잡이 배인 태우다.

출처 : 이슈제주

새연교의 LED 조명시설이 한밤의 서귀포항을 비출 것이다. 할아버지댁 거실과 2층 침실 천장에도 그 빛이 스미겠지. 오색 불빛의 화려함, 난 그 아래에서 씁쓸함 곱씹으며 잠이 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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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하루 종일 보도 전문채널과 국회방송을 통해 정운찬 총리지명자 인사청문회가 실시간으로 방송됐다. '고위공직자가 되기 위한 필수 덕목이 위장전입이다'란 세간의 우스갯소리, 인정욕구란 얼마나 강력한 인간의 습성인가. 인사청문회장에선 대한민국 최고의 국립대 총장까지 지낸 양반이 '빤스' 속까지 발가벗겨졌다. 차마 그럴 일도 없겠지만, 만약 내가 정운찬 씨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면 인간적인 모멸감과 자괴감을 느꼈으리라.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위장전입, 병역 문제, 세금 탈루, 논문 중복 게재, 무수한 반칙들이 잘 살기 위해 행해졌다는 점을. 근대화의 과정 속에서 생존의 조건이 곧 반칙이었다는 점을.

앞선 정보력과 물질적 토대는 반칙의 조건이자 그 결과였다. 결국 반칙이란 생존의 조건이자 개인의 능력치를 보여주는 지표였던 셈이다. 혹자는 '타협'이라 표현하기도 하는 반칙, 그 결과가 결국 인사청문회장으로 가는 조건이 됐다. 인사청문회장은 애초 취지 대로 능력 검증대였단 소리다.

"국민에게 사과한다"는 짧은 반성을 후보자들은 반영구적인 영화의 시작점으로 인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 나라의 총리와 장관이란 자리는 가문의 영광일 터. 단, 이 시대를 차후의 역사가들이 어떻게 평가할까? 인터넷에 떠다니는 현시대의 언론 기록물을 후보자 일족과 그 후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김삿갓이 21세기에 재현할지도 모를 일이다.

"네 할아버진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군대 대신 공부를 하셨으며 위장전입과 세금 탈루로 집안을 일으키셨으니, 우린 삿갓을 써야 한다." (킁~)

이번 인사청문회가 남긴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바로 '뻔뻔함'이다. '뻔뻔함'이 MB정부가 표방하는 '중도실용'의 정체라는 점. 인사청문회가 우리에게 알려준 건 바로 뻔뻔함으로 무장한 '중도실용'의 정체다. 총리와 장관이 가져야 할 첫 번째 덕목으로 '뻔뻔함'이 선택되었다는 건 향후 암울한 국정 운영을 예고하고 있다.

"청문회가 아니라 후보자의 운을 시험하는 시험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장상 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이야기는 억울함의 호소 그 뿐이었다. 미안하지만 운도 실력이다. "잘못된 처신이었다"며 국민의 선처를 바란다는 고위공직자 후보들의 운은 결국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다. 장상 위원이 처한 정치적 상황이나 정운찬 씨가 처한 정치적 상황은 결국 국민의 손으로부터 나왔다. 후보자들을 최종 낙점하는 건 청와대의 의지이니, 장상 위원은 너무 억울해 하지 말라. 당신이 낙마한 시절을 국민들은 '아름다운 시절'로 회상할 테니.

반칙 없이는 후보자 성립 자체가 불가능한 세상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이란 소리가 절로 나올 수 밖에 없다. 과거에는 운동권 유입이란 카드로 인적 쇄신이라도 꾀하려 했건만, 지금은 정치권의 인적 쇄신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가 되어버린 듯하다. 그래서 그들만의 리그라 쉽게 치부해버리곤 하지만, 그들만의 리그가 피곤한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슬픈 현실이지.

지역에서 농사 짓고 계신 부모님을 원망할 수도 없고, 군역 기록을 지울 수도 없는 나는 오늘도 월세 방값을 위해 날밤을 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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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도 청문회 국면.
풍월주 후보자 유신공은 설원공이 제기한 가야 유민 운동 배후설 의혹을 어찌 돌파할 것인가.
역사는 김유신이 풍월주가 되는 것으로 기록하고 있으나, 시청자는 그 과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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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세계화'를 부르짖다가 삼간초가 태운 게 김영삼 대통령 시절이었다.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는 어느 보수 인사가 영어 공용화론을 떠들기 시작한 것도 그 시절이었다. 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토익 800점 대는 신의 영역이었다. 토익 800점, 현재 대학생들에게 이는 그저 보통의 점수대일 뿐이다.

다 탄 삼간초가를 다시 세우느라 빈 곳간을 부둥켜 안고 노동 유연화와 친기업 정책을 펼친 게 김대중 정부다. 어려운 시기였지만 정보기술 분야 벤처 호황이 대졸자를 여럿 구제했다. 물론 걔 중 여럿 망하기도 했다만, 내 주변 지인들을 살펴봤을 때 취업이 늦어지면 늦어졌지, 취업을 포기하거나 못한 이들이 발생하는 불상사는 없었다.

세계적 대학으로의 성장은 등록금을 바탕으로...

대학 등록금이 물가 인상률보다 앞서 오르기 시작한 건, 김대중 정부나 김영삼 정부나 다를 게 없었다. 이후 참여정부 시절이라 해서 다를 건 없었다. 기업들이 어렵단 소리는 들어봤지만 그 어렵던 국제구제금융(IMF) 시절에도 대학이 어렵단 이야긴 들어본 적 없다.

등록금이 오를수록, 대학 건물 내외장재로 쓰이는 대리석이 늘어났다. "깻잎 팔아 학교 왔다"고 외치던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은 연례행사와 같았으나, 어느 순간부터 그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정작 '깻잎 팔아 자식 학교 보낸 부모들이 줄어든 것'이라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마저 지금은 허망하게 들릴 뿐이다. 개인의 경쟁력이 취업 당락을 좌우하는 시기가 도래하면서 등록금 투쟁은 과거의 화석이 되어버렸다.

대학 경쟁력이 곧 취업률이 되어버린 세상. 대학 교육은 그 스스로 잣대를 마련하지 못한 채 기업과 관료들의 손에 맡겨졌다. 그렇게 탄생한 말이 '실용인재'다. 지리멸렬한 학생운동도 자취를 감춘 캠퍼스. 오늘도 우리의 '실용인재'들은 각종 자격시험과 전공 공부에 몰두하기도 바쁘다. 토익, 텝스, 오픽, 한자능력검정시험, 한국사시험, 한국어능력검정 등 지난 10년 사이 새로이 늘어난 자격 시험은 그 수를 헤아리기조차 아득하다. 대학 등록금 외 각종 자격 시험 응시비조차 빠듯한 이들에겐 그저 아픈 현실일 뿐이다.

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은 그 본분을 장삿속으로 이용하고 있다. 애초 고등교육기관을 사립재단이란 형태로 인정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 교육 재원을 민간에 의지했던 게 현 상황을 낳은 근본 원인일 터. 대학의 기업화가 공공의 안녕에 미칠 악영향은 확연해 보인다. 말 그대로 '개천에서 용' 나는 시절은 다 간 것.

조삼모사 대학교육 정책, 입학사정관 제도는?

조삼모사격 국가 교육 정책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10여 년 전 국가 주도로 밀어붙이던 학부제의 결론은 결국 각 대학 경쟁력을 위한 학과제로의 복귀일 뿐이다. MB정부 이후 열풍처럼 밀어닥친 '입학사정관 제도'의 앞날도 그리 밝아보이는 건 아니다. 어머니의 정보력이 자식 대입 당락을 좌우한다는 사교육계의 구호처럼 과외활동에도 정보력과 물적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책입안과 돈을 쥔 교육 관료들의 발상을 뿌리칠 수 있는 대학이 몇 군데나 될까?

교육관료들의 발상이 입학사정관이란 새로운 직업을 탄생시켰다. 과연 그들이 옥석을 가려낼 수 있을까? 전문성이 담보돼야 할 입학사정관들이 고용 형태는? 입학사정관으로 취업한 내 주변 후배들의 고용 형태는 계약직이 대부분이다. 2년 후 내 후배들의 앞날이 걱정스러운 건 이 때문이다. 차기 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대학으로선, 입학사정관이란 정책적 직업군을 정규직으로 고용할 리 만무하다.

해외 사례와 언어의 도입은 신중하게 우리의 언어로

어느 정책 토론회든 쉽사리 듣게 되는 게 해외 사례다. 사례는 사례로서 참고자료일 뿐이다. 학과제로 회귀하는 학부제도 그 잘난 미국식 교육의 전형이었다. 학부제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선, 학생 개개인의 성향과 맞춤 전공에 따른 학사행정적 지원이 필수다. 다중전공을 선택한 학생에게 양 전공 필수 수업 시간이 겹쳐져선 안 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전공이수학점을 대폭 줄였으나, 한정된 수업 개설은 학생의 선택권을 쉽사리 제한한다.

아, 기업체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은 또 다르다. 기업은 멀티플레이어보다 전문성을 학생들에게 요구한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나 협업 능력, 언어구사력은 필수다. 고로 인사담당자들이 대학에 요구하는 건 전문적인 훈련이다. 입사 후 재교육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게 기업측의 논리다.

결국 대학은 교육관료와 실질적 수요자인 기업측의 요구에 쉽사리 자기 잣대를 내줄 수밖에 없다. 니들 맘대로 하세요. 그게 각 대학들의 심정 아닐까. 대교협이 포기한 대학평가에 올해부터 조선일보가 뛰어들었다. 교육관료뿐만 아니라 산업자원부, 지식경제부에서 주관하는 국책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서 대학은 다시 자기 잣대를 조정해야 한다.

아, 학생들의 등록금을 제외하곤 마땅한 돈줄 없는 대학으로선 간도 내놓고 쓸개도 내놔야 하는 세상은 시련의 연속일 뿐이다. 여기에 구세주가 등장했다. 바로 유학생이 그들이다. 세계적 대학으로 성장하겠노라는 야심찬 우리 대학들의 기획은 학생들의 다국적화에 맞춰졌다. 토플, 토익 점수로 대입 시험을 대체하던 재외국민 특별전형만으론 성이 안 찼는지 우리 대학들은 대규모 유학생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안하지만, 현재 우리 대학들은 국제화가 아니라 중화를 꾀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오죽했으면 특정 지역 대학은 중국인 유학생 없이는 학교 운영이 힘들다는 이야기까지 들릴까.

캠퍼스의 중화, 아니 좋은 소리로 캠퍼스의 국제화의 징표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각종 '심포지움'이나 '세미나'는 애교로 봐주자. 어차피 이는 '학술대회' '학술회' 정도로 순화해 이해하면 그만이다. 언제부턴가 '멘토'와 '멘티'란 말이 난무하기 시작했고 각종 외래어가 캠퍼스에 들어차기 시작했다. 리더십이니 글로벌이니, 각 대학들이 부르짖는 구호들을 유심히 살펴보기 바란다. 교육기관의 판촉 행위에는 그만큼 자기 고민이 강해야 한다. 영어 전용 강의를 늘리고 정체불명의 외래어를 써붙인다고 저절로 세계적 대학이 되는 건 아니다. 세계적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그 밑바탕이 확실해야 한다. 학술용어를 원어 그대로 이용한다고 해서 세계적 교육이 되는 건 아니다. 그건 대학의 태업 결과이고 학문적 종속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반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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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연구소가 발간한 학술지명의 학내 기사 표기를 위해 한글명을 알려달라고 했다가, 국제학술지라 그대로 영어로 표기해달란 엉뚱한 소리를 듣고 화딱지가 난 상태에서 쓴 글. 그 잘난 국제학술지이기에 학술진흥원엔 등재 안 하려나 보지? 어쩌나, 학교에선 등재지 게재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데... 해당 기자이겐 해당 학술지명 삭제한 채 기사 수정하라 지시함. 그렇게 영어를 좋아하신다면 전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삼. 애들 핑계 대지 말고. 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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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어른 없는 세상

똥침 : 2009/08/19 12:50
조갑제, 홈피에 故김대중 전대통령 비난 글 올려 (경향닷컴, 20090818)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많은 이들이 애도를 표하는 가운데 조갑제 선생께선 고인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역시 대기자는 다르다. 팩트에 대한 그의 열정도 이해하고 그의 반골에 가까운 비판의식도 높이 사지만, 결국 인간으로서 한 인간의 죽음 앞에서까지 냉정한 그의 글은 그리 옳지 못하다. 모두가 "예"를 외칠 때 홀로 "아니오"라 소리치는 건 젊음의 패기라고 할 수 도 있다. 하지만 대기자 출신의 어르신께서 그리 외치기엔 너무 옹졸해 보일 뿐이다. 본인께선 그게 저널리즘이요 기자정신이라 할 수도 있다.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삶을 살아온 전직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 그게 노기자가 기자이기 이전에 갖춰야 할 인간으로서의 덕목이다.

존경할 만한 어른의 부재. 그게 오늘날 대한민국의 슬픔이다.


뱀발.
글을 쓰고 보니 혹이 조 선생께서 허본좌를 의식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ㅋ
어른이 없다는 건, 무너진 부성에 대한 희구가 아니라 무너진 부성이 희화화 되는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갑갑증에 꺼내보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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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속보> 부산대, 정문에 차벽 쌓고 노무현 추모콘서트 막아 

<속보 2신> 부산대 앞 상황을 보여주는 현장사진입니다



부산대 앞 현장 사진 (출처: 독설닷컴)



지역 국립대의 존재 기반은 지역성이다.
교육부의 선별적 정책 사업 앞에서 지역 국립대는 지역성을 무기로 내세운다.

청소년 노무현을 길러내고 변호사 노무현이 사무실을 열었던 곳이 부산이다.
인간 노무현은 봉하마을에서 태어났지만 정치인 노무현은 부산에서 태어났다.




노무현 추모콘서트를 막는 건 부산 대표 정치인을 인정하지 않는 행위다.
지역성을 무기로 삼는 명문 국립대로서 부산대의 결정은 결코 지역성에 도움이 안 된다.
이는 국립이란 명분 아래 지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아울러 이는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불허 사유>

-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계절학기 수업에 방해가 되는 등 교육환경 훼손
: 밤에 진행하는 행사 아닌가? 부산대는 계절학기를 밤 중에 진행하나? 아울러 이 부분은 충분히 대화로서 서로 양애를 구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대학이 지상 최고의 교육기관이라면, 더욱이 명문 부산대라면 그래야 한다.

- 많은 외부인 출입으로 행사 이후 청소인력 및 비용부담의 과다
: 그 외부인이란 게 부산 지역민이 대다수일 게다. 부산대는 부산에 위치한다. 부산시민이 외부인인가? 지역 형평성을 주장하는 건 부산시민을 볼모로 부산대에 유리한 부분만 취하려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 정치적으로 민감한 행사이므로 국립대학으로서의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
: 추모콘서트에 정치적 색안경을 끼고 쳐다보는 건 아닌가? 죽은 사람을 추모하겠다는 거다. 과거 학생운동처럼 모여서 데모하자는 행사가 아니란 말이다.


진정 지역에 봉사하는 대학인지, 아니면 지역을 볼모로 이득만 취하려 하는 대학인지 똑똑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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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연세대, '盧 전 대통령 추모 콘서트' 장소 불허 통보 (프레시안, 20090619)



1997년.

한보청문회 증인 김현철 (출처 : 한겨레21)

참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90년대의 시작을 알렸던 문민정부가 저물어 가던 해. 연초에 터진 한보 사태는 문민정부의 무능함과 도덕적 불감증을 낯낯이 까발리는 계기였다. 민주주의와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공사로 끊긴 당산철교처럼 정권으로부터 급격히 이반하던 해였다. 급기야 연말엔 국가부도 사태가 터진다.

북한 주체사상의 대부라는 황장엽 씨가 남으로 넘어왔다. 중국에선 등소평이 운명을 달리했으며, 한총련 한양대 사태는 학생운동이 재기불능의 나락으로 추락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다. 그 와중에 문민정부의 출범과 함께 은퇴를 선언했던, 누군가에겐 선생님이었던 그 분이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강준만 교수가 '인물과 사상'을 펴냈고, 출판가에선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이 승승장구했다. 영국에선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가 수상 자리에 오른다. 영국이 중국에게 홍콩을 반환하던 해였다. 어린이들은 '포켓몬스터'에 열광했다. 부천판타스틱 영화제가 시작됐고,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되면서 대학가엔 하나둘 피시방이란 게 생겨났다.

대학생들에겐 씨네21이 인기 있는 잡지였으며, 왕가위의 '해피투게더'는 상영불가 판정에도 불구하고 대학가 영화동아리들의 상영회 단골 메뉴로 자리 잡는다. 울산시가 울산광역시로 승격했고, 아... X-JAPAN이 해체를 선언했다. 영화 '접속'이 인기를 얻으며 전도연이란 배우가 급부상했다. 이창동이 '초록물고기'로 데뷔한 해이며, 일본에선 '에반게리온' 극장판과 '원령공주'가 극장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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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11월 21일, 한양대 노천극장에선 '박노해 문화제'가 열렸다. 며칠 전 한양대병원노조의 농성장에 경찰이 난입했던 터

노동자 시인 박노해 (출처 : 한겨레21)

라 학교는 온통 집회판이었다. 올림픽체육관에서 열기로 했던 문화제는 학교 측의 장소 불허로 노천극장으로 옮겨 진행했다. 물론 학교측이 노천극장 사용을 허용한 건 아니었다. 겨울로 다가서던 11월의 노천극장. 그 스산한 계절에 하늘에선 비까지 뿌려주고 있었다. 당연히 경찰은 원천봉쇄로 응수했다. 그래도 개구멍은 있는 법.

안치환과 윤도현의 공연이 끝난 무대 위에 가수 리아가 올랐다. 비 내리는 노천극장에 관중들이 함성이 메아리쳤다. 밴드를 학교 밖에 두고 홀로 담을 넘어 들어왔다는 그녀. 그녀는 '유토피아'를 불렀고 '고정관념'으로 노천극장에 모인 인파들을 달뜨게 만들었다.

더이상 꿈을 가질 수 없는 틀에서 이제 나는 벗어나려 해
굳어진 당신들의 생각이 더는 나를 길들이게 할 순 없기에
늘 하던 대로만 하루를 보내고 예~ 다리를 뻗고 안심을 하지
갇혀진 새장에 너무나 길들여져 무더진줄 모르고 또 따라가겠지                                       (리아 2집 중 '고정관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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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스타워즈Ⅴ

참, 2009년은 딱 '제국의 역습'이란 제목의 영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해다. 촛불이 거리를 뒤덮던 2008년의 '새로운 희망'을 뒤로 하고, 국민들은 전직 대통령을 잃었다. 소녀시대가 내 마음을 설레게 하고 내 귀엔 타바코쥬스의 노래가 늘 걸려있지만,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2009년을 떠올릴 최우선의 기억으로 자리할 것이다.

연세대가 노 전 대통령 추모 콘서트 장소 불허 방침을 내렸단다. 12년 전 한양대는 어느 노동자 시인의 석방을 위한 문화제 장소를 불허했지만, 2009년의 연세대는 전직 대통령 추모 문화제를 불허한다. 1997년과 2009년의 기억 사이에는 김영삼과 이명박 만큼의 거리가 있다. 재밌는 건 97년의 한승수는 부총리였지만 2009년의 그는 총리라는 사실이다. 현재 살아있는 노동자 시인과 망자가 된 전직 대통령의 무게감 비교는 감히 내가 넘볼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다.

연세대 본부 측과 총학 간 공방에서 난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다만 2차 사법시험 때문에 학내 행사를 불허한다는 대학본부 측 답변은 조금 옹색해보인다. 행사 불허와 추진 사이에 적절한 타협점을 찾기란 어려울 듯하다.

최악의 상황엔, 12년 전의 한양대처럼 전투경찰들이 연세대를 봉쇄할지도 모른다. 학교의 '시설물 보호' 요청이란 간단한 명목이면 경찰들은 시청광장을 막듯 연대를 막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었던, 2009년의 아이콘이 돼버린 망자를 기리는 문화제에서 제국 병사들과 같은 전경들의 출현은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다.

문민정부와 이명박정부의 거리, 그 사이에서 김영삼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 마디 건낼 듯하다.

"I'm your father"

너무나 슬픈 건 이명박 대통령은 제다이가 아니란 사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예언처럼 다음 차례는 '제다이의 귀환'이다. 짧게는 내년 선거, 길게는 차차기 대선 정도에는 제다이의 귀환이 이뤄지지 않을까. 이 시대의 요다 선생은 지금쯤 세상을 구할 제다이를 훈련시키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자. '미륵불'의 환생을 믿기엔 우리 삶이 너무 짧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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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망명객의 시국선언

똥침 : 2009/06/10 19:32
남녘 끝 제주대 교수도 "더 이상은 안된다" 시국선언 동참 (제주의소리, 20090609)


서울대부터 제주대까지 전국 대학가에서 시국선언이 쏟아져 나왔다. 서울대 총장은  동료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전체 서울대의 뜻이 아니라고 밝혔으며, 모 인사(아~ 이분의 이름을 잊어버렸기에 그냥 모 인사로 표한다)께선 선언문 내용이 특정 이념에 경도됐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가하기도 했다. 그분들은 국민들이 오해할 여지가 있다며 서설을 늘어놓았다.

오해? 매체 주체에 따라선 소수의 뜻이 다수의 의견처럼 포장될 수도 있다. 그 반대로 다수의 의견이 묵살될 수도 있다. 정보화 시대, 국민들이 거대 매체에 의존하던 시대가 끝나간다. 각 대학 교수들이 발표한 시국선언문 전문이 인터넷을 타고 전국으로 퍼진다. 몇 명의 교수가 시국선언에 동참했는지, 또 누가 선언문에 이름을 남겼는지, 우리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 몇 번 두드리는 것으로 그 모든 걸 알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제주대에선 87년 6월 항쟁 이후 처음으로 발표된 시국선언문이란다. 87년 이후 대학가에서 몇 건의 시국선언문이 발표됐는지 난 잘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 연이어진 대학가의 시국선언문 발표 뒤, 뿔난 국민들이 있다는 걸 난 잘 알고 있다. 망자의 넋을 추모하는 자리도 불허하고, 집회결사의 자유도 보장하지 않는 정부. 항의의 말문을 닫아놓으려는 정부. 통합은 커녕 민주주의의 기본도 모르는 정부. 난 이런 정부를 우리나라의 정부라고 인정할 수 없다.

"더 이상은 안된다"

참말이다. 째째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도 다양한 의견들을 조율하기 힘든 판국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를 막아놓다니... 그게 우리나라의 정부다. 그게 이 나라의 대통령이다. 어짜피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니 두고보자는 말은 말자.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은 행사하기 편한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 국민의 권력이다.

자유는 권력에 대한 제한이다. 난 그렇게 알고 있다. 현 정부는 개인의 정치적 자유와 사상적 자유란 불가침 영역을 침범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선 피지배자의 저항이나 반란은 정당하다.

날 반란자로 몰지 말라!


2009년 6월 10일
시청광장으로 향하며
망명객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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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둡나?
우짰든, 시청에서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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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90년대 후반에 읽은, '싯가 1억원짜리 법대생의 하루'란 글이 불현듯 떠오르더군요.
인터넷 시대, 검색을 통해 이 글을 다시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싯가 1억원짜리 법대생의 하루

                                                         - 고대문학회의 글.

 


학벌 K대 법대  키 180Cm 상속가능재산 2억원으로서

국가 공인 감정사 마담뚜로부터 싯가 1억원짜리 인물로 인정받고 있는 그가

오늘 아침에도 400원짜리 지하철과

430원짜리 버스를 타고 도서관 칸막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둘렀다.



5000원짜리 교양강좌와 10000원짜리 전공강좌를 들은 그는

3000원짜리 점심을 먹고

500원정도의 가치가 있는 오후 1시간을

싯가 9500만원의 윤모군과

150원 정도의 가치가 있는 잡담을 나누었다



스스로 상품의 가치가 약 2만원정도 올라간 것을 느꼈다.

한껏 고무된 얼굴로 그는 며칠전부터 기다려온 소개팅을 위해

대학로 근방 레스토랑에 갔다



그녀의 학벌은 모여대 전산학과 얼굴은 영화배우 심모양 정도 키 160Cm

그는 그녀의 싯가를 1억원쯤이라고 추정했다

아버지의 직업을 묻는 그의 말에

그녀는 변호사라고 짤막히 대답했다

순간 그녀의 가치는 2억원으로 뛰어 올랐다

얘기를 들어보니 국제화 시대에 걸맞게 영어도 아주 잘한다고 했다

이럴수가! 그는 그녀의 가치가 싯가 2억5천만원임을 깨달았다.



싯가 1억원짜리인 그의 에프터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는 식사값과 커피값으로 2만 5천원을 소비했다

허지만 그는 2만 5천원어치의 경험을 쌓았으므로 별반 큰 손해는

보지 않았다고 자위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축축한 도시의 400원짜리 지하철 전등에선

연거푸 물방울이 떨어졌고

싯가 1억원짜리 그의 옆에 앉은 싯가 천만원 혹은 백만원짜리 인간들은

스포츠신문을 보며 키들대고 있었다

그의 눈엔 그들이 매우 유치하고 한심해 보였다

그들을 보며 그는 빨리 사법고시에 합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들이 비오는 날 바지를 적시는 물방울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그 물방울들이 모이면 얼마나 큰힘이 되는지를

미처 깨닫지 못했다.


400원짜리 지하철, 430원짜리 버스, 5000원짜리 교양강좌, 10000원짜리 전공강좌.
행간에 밝혀둔 물가를 통해 이 글이 쓰여진 시대를 엿볼 수 있습니다.
80년대 말, 90년대 초쯤 될까요?

400원짜리 지하철이 900원짜리가 됐습니다. 환승 시스템도 도입됐고요.
글쎄요, 3000원짜리 점심식사는 대충 현 시점과도 비슷해 보입니다.
그럼 교양강좌와 전공강좌의 가격은?
법대생의 하루가 현대 버전으론 법학전문대학원생의 하루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싯가 10억원짤 법학전문대학원생의 하루'는 어떨까요?

치솟는 등록금에 대해 한 친구가 따끔히 평하더군요.
"등록금이 오르면서 학교에는 대리석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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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